잔디밥과 쌀밥 사이. 공 하나, 멘탈 둘.

잔디 밥을 먹으러 간 골퍼의 일상, 그리고 쌀밥으로 회복하는 삶의 기록입니다. 재미있게, 맛있게, 그리고 솔직하게. 한 홀 한 홀, 한 끼 한 끼 쌓아가 보겠습니다.

잔디밥

코스가cc 후기 | 메이플 코스 | 사진 & 영상 리뷰

잔디밥과쌀밥 2025. 5. 23. 20:13

 

🍁 코스카CC 메이플 코스 9홀 리뷰 | 2025년 5월 19일

 

🏁 골프장에 들어서는 마음부터

 

라운드 전, 골프장 정문을 지나 클럽하우스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기대와 긴장이 공존한다,

주차장에서 올려다본 클럽 하우스는 오늘의 바람과 햇살, 잔디의 색감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클럽하우스 내부는 따뜻한 조명 덕에 여유로웠고,

스타트하우스에서 내려다본 전경은 ‘오늘은 좋은 하루가 되겠다’는 예감마저 들게 했다.

 

연습 그린에서 몇 번 퍼팅을 굴리며 감각을 익히고, 카트에 올라탄다.

출발을 기다리던 카트들의 정돈된 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이제 메이플 코스의 첫 홀을 향해 출발~

 

 


🗺 코스카CC 기본 정보

코스카cc 홈페이지 링크

코스카컨트리클럽

위치 : 충청북도 음성군 음성읍 동음로 318

개장 : 2012년 5월

운영 : 전문건설공제조합 + 대한전문건설협회

구성 : 퍼블릭 27홀 (파인/메이플/릴리)

잔디 : 페어웨이 – 한국잔디(중지),

          그린 – 크리핑 벤트그래스

전장 : 메이플 : 3,191m, 릴리 : 3,202m, 파인 : 3,124m

코스 레이팅 : 메이플-릴리 : 70.6, 파인–메이플 : 69.4, 릴리-파인 : 69.0


 
코스카cc 메이플 코스

 

🌿 실제 플레이 당시의 코스 컨디션

겨울철 매트 자리에 새로 보식된 잔디는 아직 덜 자란 상태였다.

이번 라운드는 화이트 티 기준으로 진행했지만,

당일 티잉 에이리어 상태 때문에 그나마 잔디 상태가 나은 가장 뒤쪽,

거의 블루티에 가까운 위치에서 플레이가 이뤄졌다.

 

페어웨이는 비교적 잘 자라 있었고, 런도 살아 있는 편.

 

러프는 A 컷 / B 컷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길지 않아서 러프로서의 핸디캡은 적다.

 

그린은 가장 안정적이었다.

볼이 부드럽게 흐르며, 스피드는 약 2.7m 정도.

나한테 가장 잘 맞는 속도.

퍼팅 시 예측이 가능하다는 건 스코어 관리에서 큰 장점이었다.

 

영상 리뷰

 


⛳ 1번 홀 – 오늘의 시작은 '가장 정중한 한 샷'

 

그 어떤 라운드보다 조용하게, 가볍지 않게 시작하고 싶었다.

티 위에 올려진 공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의 흐름을 그려본다.

 

이 공 하나가, 오늘을 시작한다.

바람도 없고 소리도 없었다.

그저 공 하나가 티 위에 얹혔고, 나는 그걸 바라보며 오늘을 생각했다.

 
 

 

2번 홀 – 유혹하는 거리, 차분한 우드

 

파5, 충분히 투온을 노릴 수 있는 거리.

하지만 그런 홀일수록 조급함이 샷보다 앞서기 쉽다.

 

파 5의 유혹은 항상 있다.

그날은 욕심보다 리듬을 먼저 선택했다.

 

 

 

⛳ 3번 홀 – 홀 가까이, 마음 가까이

 

3번홀은 짧은 파3다.

한눈에 들어오는 거리지만, 한 치의 오차가 모든 걸 갈라놓는다.

티샷은 정확했지만, 퍼팅은 늘 예민하다.

공이 멈춘 자리에서, 퍼터를 잡은 손이 살짝 떨렸다.

홀로 굴러 들어가는 공 하나가 있다.

홀인 직전이란 게,

이렇게 담백한 모습일 줄이야.

 

이 거리에서 놓치면,

마음이 먼저 휘어진다.


⛳ 4번 홀 – 조용한 어드레스 위에 감정은 선다

 

그린이 보이지 않아도 어디로 쳐야 할지는 알 수 있었다.

그 믿음이 방향을 만들고, 방향이 결과를 만들었다.

생각은 멈추고, 손끝에 감각만 남는다.

내리막도 오르막도 아닌 평범한 라인이었지만,

그 순간은 모든 것이 멈춘 듯했다.

 

어드레스를 하고 멈춘 순간,

코스의 고요함이 조금 무겁게 다가온다.

 

⛳ 5번 홀 – 흔들리는 건 깃발만이 아니었다.

 

평탄해 보이는 페어웨이에도 함정은 숨어 있다.

이번 홀은 ‘쉬워 보여도 놓쳐선 안 되는 디테일’을 알려줬다.

방향은 정해졌지만, 바람이 마음을 흔든다.

바람의 방향은 볼 수 있어도, 그 세기는 느껴야만 한다.

 

마음은 이미 바람을 닮아갔다.

바람은 핀만 흔든 게 아니었다.

 

백스윙을 하려다 멈췄고, 다시 바람을 느꼈다.

그 순간, 샷의 방향은 공이 아니라 마음이 정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 6번 홀 – 러프에서의 선택, 그날의 담대함

 

공이 똑바로 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거리를 줄이니 샷도 가벼웠다.

골프는 때론 줄이는 게임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깊은 곳에 들어가야, 생각보다 단단해진다.

러프는 보는 것보다 걷는 게 어렵고,

거기서 공을 치는 건 더욱 어렵다.

스윙 하나로 해결되는 순간과 해결되지 않는 마음이 동시에 남는다.

 

 

7번 홀 – 퍼팅의 두 얼굴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흐르는 퍼팅을 남겼다.

어떻게 굴러갈지 알면서도,

손은 조심스러워졌다.

 

높낮이는 단순한 지형이 아니라, 퍼팅의 기억을 만든다

같은 그린 위지만, 공 네 개의 경사는 전혀 다른 라운드였다.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차이, 그게 퍼팅이었다.

 

 

⛳ 8번 홀 – 조용히 지나간 한 홀

 

8번홀에 대한 선명한 기억은 없다.

샷도 무난했고, 퍼팅도 평범했다.

하지만 그 조용한 흐름 덕분에,

메이플 9홀 전체가 리듬을 잃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 9번 홀 – 러프의 끝에서 마무리를 고민하다

 

마지막 페어웨이.

하늘에 구름은 끼고, 살짝 어두워진다.

나의 스코어처럼...

이 한 샷에, 이 코스 마침표가 찍힌다.

핀까지는 애매한 거리, 라이는 불안했다.

그래도 마지막이라는 이유 하나로 가장 단단한 어드레스를 했다.

마지막은, 그날의 전체를 담아내는 한 장면이 된다.

 


📝 메이플 코스 9홀, 하나의 단편소설처럼

 

퍼블릭 골프장이지만,

메이플 코스는 분명한 얼굴을 갖고 있다.

‘그냥 치는 골프’가 아닌, ‘고민하게 만드는 골프’.

티잉 에이리어의 잔디 상태는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린의 품질과 페어웨이의 밸런스는 스코어보다 플레이의 감각을 오래 남긴다.

“조용히 말을 거는 코스.”

 

티잉 에어리어에 서면,

풍경이 “와, 멋지다!” 이런 느낌보다

그냥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기분이 든다.

 

“오늘 어때?” 하고 묻는 것처럼.

세컨드 샷 지점에선 잠깐 멈추게 된다.

 

공보단,

내가 지금 이걸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가 더 먼저 떠오른다.

그런 여유가 있는 코스였다.

 

퍼팅 라인을 따라 눈을 옮기다 보면,

잔디 위에 짧은 문장이 쓰여 있는 것 같다.

읽히는 건 풍경인데,

느끼는 건 내 마음이다.

 

기교보단 균형,

화려함보단 여운.

그게 메이플이 주는 느낌.

 

9홀,

그냥 절반의 라운드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처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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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다음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 플레이 중 가장 영향을 많이 미쳤던 ‘잔디 상태’에 대해선 별도 글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 파인 코스 리뷰 (6월 작성 예정)
  • 유튜브 리뷰 편집 중. 쇼츠로 맛보기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