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밥과 쌀밥 사이. 공 하나, 멘탈 둘.

잔디 밥을 먹으러 간 골퍼의 일상, 그리고 쌀밥으로 회복하는 삶의 기록입니다. 재미있게, 맛있게, 그리고 솔직하게. 한 홀 한 홀, 한 끼 한 끼 쌓아가 보겠습니다.

Par is Far

첫 티샷, 한바탕 싸우고 돌아왔다

잔디밥과쌀밥 2026. 4. 3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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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임이 연말이었는지,

연초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건,

그날 이후로 내 여가생활이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친구들은 하나둘 골프 이야기를 꺼냈고,

나는 익숙하게 웃어넘겼다.

공 하나 치러 몇 시간을 쓰는 게 뭐가 좋으냐고.

그딴 게 무슨 운동이냐고.

 

땀 흘리며 뛰는 것만 운동이라 믿었던 나에게,

골프는 그냥 중년의 유희처럼 보였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모임이 줄었다.

없어진 건 아니었다.

다만 나는 빠져 있었다.

 

친구들은 때마다 필드로 향했고,

나는 그 바깥에서 "다음에 보자"는 말을 반복했다.

 

골프가 싫었던 게 아니라,

어느 순간 그 자리에 끼지 못하는 내가 조금 싫어졌다.

 

결국 그해 마지막 모임에서 날짜가 정해졌다.

내년 봄, 첫 라운드.

내 이름도 이미 올라가 있었다.

 

물어본 적도 없었지만, 거절하지도 않았다.

 


 

레슨을 끊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혼자 스케줄을 짰다.

남은 시간, 딱 4개월.

 

이유는 단순했다.

망신은 당하기 싫었고,

그보다 더 솔직히 말하면,

늦게 시작했을 뿐 내가 더 낫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착각이다.

나는 원래 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

 


 

첫 라운드.

 

파는 생각보다 훨씬 멀었고,

벙커는 생각보다 훨씬 깊었다.

 

벙커에 공이 빠질 때마다

입 안에서 모래를 씹는 것 같았다.

 

보기가 나오면 버디라도 한 것처럼 기뻤고,

더블이 나오면 하루가 망한 것 같았고,

트리플이 나오면... 그냥 웃었다.

 

감정이 더 올라갈 곳이 없어서 나온 웃음이었다.

 

한 홀, 한 홀.

 

나는 공보다 마음을 더 많이 쳤다.

잘 맞은 샷 하나에 기대를 걸고,

실수 하나에 스스로를 깎아내렸다.

 

골프는 공을 치는 운동인데,

나는 계속 나 자신의 감정을 소모하고 있었다.

 

잘 치고 싶은 마음보다,

못 치는 나를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 더 컸다.

 

결국 그날,

나는 공이 아니라 나와 한바탕 싸우고 돌아왔다.

 


 

결과는 107타.

 

친구들은 말했다.

처음치고 그 정도면 잘한 거라고.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위로 같기도 했고, 기준이 무너지는 느낌이기도 했다.

 

4개월을 준비해서 107타라면,

준비를 안 했으면 몇 타였을까.

 

잘한 건지 못한 건지,

나는 결국 아무것도 판단하지 못했다.

 

대신 하나는 분명했다.

나는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기고 싶었던 건

골프였다.

 

정확히 말하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어떤 것.

 

준비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한다고 보장되는 것도 아닌 것.

 

그런데도 이상하게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지는 것.

 

이 까탈스럽고 냉정한 것 앞에,

적어도 비굴하지 않은 자세로 서보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이런 장면은 골프장에만 있지 않았다.

 

늦게 시작했다는 이유로

더 악착같이 매달렸던 일들.

 

못하는 게 아니라 늦은 것뿐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사실은 남들보다 두 배로 준비했던 순간들.

 

그런데도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을 때,

위로가 더 서러웠던 기억들.

 


 

어쩌면 우리는,

즐기러 간다고 말하면서

싸우러 가는 건지도 모른다.

 

상대가 누구든 간에.

어떤 상황이든 간에.

 

결국 대부분은,

나 자신과의 일이었다.

 

같은 시간을 쓰고 같은 노력을 들이면서,

나는 결과보다 마음을 더 잃으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나는 굳이 싸우는 쪽을 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티잉 에이리어에 서면

아직도 잘 모르겠다.

 

즐기러 온 건지,

이기러 온 건지.

 

그래도 하나는 분명하다.

나는 또 간다.

 

이번엔 조금 덜 이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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